행동과 심리: 선택적 주의,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Invisible gorilla)
우리는 어떤일에 주의를 집중하면 그 외의 일을 잘 인지하지 못합니다. 인간이 환경을 인식할 때에는 자신에게 영향을 주는 환경에만 주의를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선택적 주의(Sellective attention)라고 합니다.
무언가에 집중하느라 주변의 인기척을 느끼지 못한 경험이 있나요?
열심히 작업할 때 지인이 바로 옆에 왔다는 사실 조차 모르는 것처럼 말이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우리의 뇌는 한정된 정신에너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효율성을 위해 작업의 난이도와 우선순위에 따라 정신에너지를 적절하게 분배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최우선 순위의 작업에 에너지를 먼저 소모하고 나머지 에너지를 통해 부차적인 작업을 동시에 수행하게 됩니다. 최우선 순위의 작업에 많은 집중을 요한다면 자연히 부차적인 작업에 투입하는 정신에너지가 적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중요하지 않은 환경은 인지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칵테일 파티 효과(Cocktail party effect)
콘서트장에서나, 만석의 술집은 무지 시끄럽습니다. 그럼에도 누군가가 나를 부르거나, 나와 대화하고 있는 사람의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더 잘 들렸던 경험을 해봤을 겁니다. 또, 지하철에서 꾸벅 졸다가도 내려야 할 역에서 음성 방송이 흘러나오면 화들짝 놀라 깨기도 합니다.
이러한 현상을 칵테일 파티 효과라고 하는데, 앞에서 살펴보았던 선택적 주의에 의한 심리적 현상입니다.
시끄러운 환경 속에서도 나와 연관된 정보를 무의식적으로 인지하면 순식간에 정신 에너지를 한 곳에 집중하여 우선적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그 동안 다른 작업에 소모되는 정신에너지를 차단하여 잡음으로 만듬으로써 우선순위의 정보를 인식하는 데에 도움을 줍니다.
선택적 주의에 관한 재미있는 실험, 보이지 않는 고릴라(Invisible gorilla)
아무리 무언가에 집중한다 한들 내 눈 앞에 지나가는 트럭을 못 볼 수 있을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트럭 정도의 눈에 잘 띄이는 큰 물체는 인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예상을 뒤엎는 결과를 보여주는 실험이 1999년 하버드 대학교의 대니얼 사이먼스(Daniel Simons)와 크리스토퍼 차브리스(Christopher Chabris)에 의해 세상에 선보여졌습니다.
실험의 내용은 간단합니다. 36명의 피실험자에게 약 75초 가량의 짧은 영상을 보여주면서 흰색 옷의 사람들이 패스한 횟수를 알아맞힐 것을 지시합니다.
영상 속의 사람들은 3명씩 팀을 이루어 한 팀은 흰색 옷을, 나머지 한 팀은 검은 옷을 착용하였고 이리 저리 움직이며 수 차례 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피실험자들이 고도로 집중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영상을 시청한 후 피실험자들에게 흰색 팀의 패스 횟수를 질문하자 의기양양하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답을 맞추었습니다. 엄청나게 집중했기 때문이죠!
그 후, 다른 질문을 한 가지 더 합니다. "영상에서 고릴라를 보셨나요?"
놀랍게도 절반 정도의 피실험자들은 영상에서 5초동안 고릴라 분장을 한 사람이 무대를 지나쳤고, 심지어 중앙에서 가슴을 수차례 주먹으로 두들겼음에도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즉, 흰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농구공을 주고 받는 모습에 너무 많은 정신 에너지를 소모하다보니 고릴라가 무대를 지나가는 엄청나게 특이한 사건이 동시에 벌어졌음에도 알아차리지 못한 겁니다.
이는 인간의 작업기억 용량(working memory capacity)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작업기억 용량이란 동시에 여러가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작업기억 용량이 높은 사람이라면 남들보다 집중을 요구하는 일에 정신에너지를 배분하더라도 동시에 충분한 정신 에너지를 다른 일에 배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작업기억 용량이 뛰어난 사람은 그리 많지 않기에, 패스 횟수를 셈하면서 고릴라를 동시에 인지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부주의맹(Inttention blindness), 선택적 주의 현상은 우리에게 자만하지 말 것을 당부합니다.
이 실험은 인간의 부주의맹(inttention blindness)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즉, 인간은 멀티 태스킹에 취약하다는 것 입니다. 유독 산만한 사람을 제외하더라도, 어떤 일에 집중하는 동시에 다른 일에 똑같은 집중을 하기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어느 정도 주의를 요하는 할 일이 여러가지 존재한다면 순차적으로 해결하는 게 어떨까요?
언제 어디서 돌발 사건이 일어날 지 알 수 없기에, 운전 중에 스마트폰을 사용하거나 옆사람과의 대화에 집중 하는 등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작업기억 용량을 남겨두어야 하기 때문이죠.
작업기억 용량은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는 고릴라가 지나가는 것 조차 놓치는 인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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