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 확신 편향
사후 확신 편향(hindsight bias)의 의미
사후 확신 편향(hindsight bias)란 어떠한 사건이 일어난 후에 그 결과를 미리 예측했던 것처럼 생각하는 인지적 편향이다. 주식의 가격이 폭락한 후에 '거 봐. 내 말이 맞지? 폭락할 줄 알았다니까?'라는 생각이 사후 확신 편향의 예시이다.
사후 확신 편향에 따르면 인간은 스스로의 판단능력을 과신하는 경향이 있어 과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을 지나치게 믿고 과거에 일어났던 일을 왜곡하거나 자신의 이전 견해를 기억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사후 확신 편향(hindsight bias)에 관한 실험
인지적 편향에 대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과정을 거친 검증은 비교적 최근인 1975년 이스라엘의 심리학자 피쇼프 등(Fishhoff&Beyth)의 연구 실험을 통해 진행됐다.
그는 1972년 당시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기 이전에 피실험자들에게 '닉슨 대통령과 마오쩌둥 주석의 회담이 얼마나 성공적인 결과를 불러올지' 예측하게 했다. 많은 피실험자들은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그러나 피실험자들의 예상과는 반대로 중국에서의 회담은 양국이 적대관계를 청산하기로 하는 합의를 도출하여 매우 성공적인 결과를 거두었다.
피쇼프는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중국 방문을 모두 마치고 귀국한 후에 피실험자들을 다시 불러 그들의 예측이 맞았는지 재차 질문했다. 질문에 대한 답은 오류가 굉장히 많았는데, 많은 피실험자들은 자신이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긍정적인 입장이었다고 답했다. 즉, 중국 방문의 실패를 예측했던 피실험자들은 사실은 성공을 예측했었다고 주장했으며, 다른 실험자들 또한 자신들이 예상했던 상황들이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사후 확신 편향(hindsight bias)의 원인
사후 확신 편향의 원인은 동기적 요인과 인지적 요인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동기적 요인에 의한 사후 확신 편향
통제감이란 '주변 환경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건의 원인과 결과를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기 때문에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생각'을 말한다. 인간은 이러한 통제감을 확인하고자 하는 동기, 욕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후 확신 편향에 빠질 위험이 높다.
또 다른 동기적 요인에 대한 설명에 의하면 인간은 타인에게 자신이 지적으로 우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자기 과시욕구가 있기 때문에 예측과 결과가 일치하지 않더라도 사실은 결과를 예측했던 것처럼 행동하려는 동기가 생긴다고 한다.
2. 인지적 요인에 의한 사후 확신 편향
인지적 요인은 사후 확신 편향의 원인으로 동기적 요인보다 더 오랜 지지를 받아왔다. 이 견해에 따르면 인간은 사건의 결과에 대해 알게 될 경우 그 결과에 대한 정보가 즉시 인지 프로세스에 통합되어 알게 된 결과와 선행 사건 간의 관계를 강화시키게 된다. 즉 사후에 확정된 결과라는 추가적인 정보가 인지 재구축을 촉발하여 사후 확신 편향이 발생한다는 의미이다.
주식 투자자들이 겪는 사후 확신 편향
1. 사후 확신에 따른 공격적인 투자
사후 확신에 빠진 주식 투자자들은 어떠한 투자에 대한 성공과 실패를 본인이 예측했다고 왜곡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예측 능력에 대한 과도한 맹신은 위험을 객관적으로 고려하지 않는 공격적인 투자로 이어지게 만든다.
2. 과거의 실패에 대한 검토 미흡 초래
성공하는 투자가 좋지만 간혹 어떤 의사결정은 실패로 이어지기도 한다. 투자실패에 대한 경험을 양분 삼아 다음에는 더 나은 투자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중요한데, 실패 경험을 기억하기 싫어하는 사후 확신 편향은 실패를 통한 성장을 방해한다. 원자재 가격의 변화, 투자 심리 위축, 국제 정세, 부적절한 매도 시점 등 실패에는 다양한 원인이 존재하므로 통찰력을 얻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
3. 시장을 예측하는 행위
거시적으로 시장은 우상향한다고 하지만, 미시적인 시장의 흐름은 예측할 수 없다. 주가의 하락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 하루 동안 주식을 매도한 모든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이유를 물어보아야 한다. '국제 정세 불안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과 같은 짧은 말로 퉁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소리다. 따라서 우리는 시장을 예측할 수 있다는 오만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맺음말: 사후 확신 편향을 예방할 수 있을까?
사후 확신 편향은 무의식적인 인지적 편향이므로 완전히 예방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인지하는 태도가 바람직하다.
행동경제학자인 아모스 트버스키 박사에 의하면 오히려 고학력자인 엔지니어, 의사, 펀드 매니저 등에게서 사후 확신 편향이 더 나타난다고 한다. 그러나 자신감과는 반대로 대부분의 펀드 매니저들은 시장 수익률보다 저조한 실적을 기록한다. 이러한 사실을 펀드 매니저에게 직접 얘기하면 콧방귀를 뀌며 자신의 능력은 출중하므로 예외라고 말한다.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인가?
우리는 인간이므로 어쩔 수 없는 부족함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이미 일어난 결과에 대해 자신이 옳았다고 평가하며 자만할 게 아니라, 과거의 결과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이 있는가를 꼼꼼히 확인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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